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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 단상] 나만의 정체성 찾으며 ‘평생 현역’으로 살자
 
양천신문 기사입력  2021/10/18 [21:41]

수필가 이영호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0세가 넘었다. 의학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머지않아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가 올 것이다. 앞으로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인생 3모작을 위한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1의 인생은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 아래 미래의 삶을 위한 목표와 뜻을 세워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위해 도전 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배우고 익혀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30세 전의 청소년 시기이다.

 

인생 3모작 위한

준비는 지금부터

 

2의 인생은 부모의 슬하를 벗어나 경제적으로 독립된 성인으로 삶을 위한 취업이나 창업을 해서,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국민 된 도리를 지켜가며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30~60세 전후 청장년 시기이다.

 

3의 인생은 자녀들도 출가하여 부모 곁을 떠나고 퇴직 후 60세 이후의 노년기다. 이를 위한 대비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건강이다. 그다음은 경제적 뒷받침이다. 1, 2 인생은 주어진 환경에 맞게 살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았다면, 3의 인생은 젊은 날 뿌려 놓은 것을 거두는 시기다.

 

1, 2 인생은 앞만 보고 살아왔다면 제3의 인생은 앞보다는 그동안 살아온 뒤도 돌아보면서 인생을 걷게 된다.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한다. 3의 인생과 행복한 삶을 위해 나름대로 계획과 지혜가 필요하다.

 

꽃을 가까이하면 꽃 같은 인생이 되듯이 내가 어떤 사물과 가까이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사람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사람과 가까이하느냐에 따라 바르고 훌륭하게 인생을 살 수도 있고 쓸모없는 인생의 뒤안길만 걸을 수도 있다. 폭력이 난무하고 인간성이 부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위기 상황을 잘 견제하며 살아가려면 불필요한 것은 자제하고 억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치와 허영은

세상을 난폭하게 만들어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의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고독과 외로움이 커진다고 한다. 그 여파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며 혼족과 혼삶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들고 어려웠던 격동기를 지나 이제 모든 것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회비용과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말고, 듣지 않아도 될 소리는 듣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하다. 살아가다 보면 신경 쓰이게 하는 친구, 대하기조차 싫고 전화 통화 등도 또한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생활필수품 외에는 옷이나 가재도구 등도 대개가 사취와 탐욕 허영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취와 허영은 어려운 이웃이 있는 상황에선 세상을 난폭하고 어지럽게 한다. 생활하는 가운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인격과 품위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에 문제지만 국가는 앞장서서 사회 공동체와 더불어 행복을 함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율곡 선생은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을 초년 출세’ ‘중년 상처’ ‘노년 빈곤으로 정의했다. 초년 출세란 젊어서 출세한 이는 종종 독선과 아집에 빠지거나 교만하기 쉽고, 인생 내내 화려했던 시절만을 추억하는 과거 지향적 성향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경계하는 말이다. 중년 상처는 40~50대에 배우자를 잃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 배우자와 갈라서거나 잃게 되면 삶의 전반에 충격이 밀려온다. 노년 빈곤은 가장 큰 불행이다. 노년에 돈이 없으면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건강도 잃게 되고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원하는 일,

좋은 일 하며 노후 일궈야

 

인생 3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평생 현역이라고 했다. 평생 현역은 초년 출세의 독선적 삶을 피하고 중년 상처의 위험을 줄이며 노년 빈곤의 퇴치를 가져다주는 지름길이다. 평생 현역이라고 해서 은퇴 후 직업을 꼭 새로 가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퇴직으로 일을 그만두더라도 열정을 쏟을만한 과제나 대상이 있으면 그게 평생 현역이다. 평생 현역은 자신이 원하는 일, 좋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뜻깊게 마무리하는 개념이다.

 

올여름 그렇게도 무덥던 날씨도 사라지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길거리엔 긴 소매 옷이 보이고 낙엽이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린다. 아파트 창밖으로 비취는 둥근 달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지나간 옛 추억들이 필름처럼 뇌리를 스친다.

 

우주 자연의 섭리가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 인생길에서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제3의 인생인 황혼의 삶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서로 나누고 베풀며, 현재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욕심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일 것이다. 문득, 후한서(後漢書)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위존신위(位尊身危, 지위가 높으면 몸이 위험해지고), 재다명태(財多命殆, 재산이 많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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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18 [21:41]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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