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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단상> 한 치 앞 안 보여도 길 찾아 나서야
 
양천신문 기사입력  2020/02/08 [17:18]

이영호 작가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요사이는 뉴스를 듣고 신문 읽는 게 두렵고 왠지 불안하다. ‘밤새 안녕이란 옛 인사말을 다시 끄집어내야 할 정도로 자고 나면 지구촌 곳곳에서 사건과 사고, 재앙이 난무한다. 어떤 일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안정을 찾지 못한다.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 현상이 현대인을 불안감에 빠뜨리고 있다.

 

블랙스완은 평소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 갑자기 일어나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17세기 말까지 수 천 년 동안 유럽인들은 모든 백조는 희다고 생각해 왔다.

 

18세기 네덜란드의 한 탐험가가 검은 백조를 발견한 후 일반적인 통념이 깨졌고 이러한 예상하지 못한 발견이나 사건의 발생을 블랙스완이라 불렀다.

 

오늘날엔 예측을 벗어나 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것들을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를 폭넓게 쓰고 있다. 1차 세계대전, 9·11테러 등 역사적 사건과 PC(personal computer)와 인터넷, 구글 등 산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과학기술을 비롯해 원전사고 등 복합재난 같은 경우가 블랙스완의 단적인 예다.

 

또 지진이나 태풍, 전염병 등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연의 질서와 교란에 의해 나타나는 자연현상과 전쟁, 폭동, 대형사고와 교통체증 및 물가상승 등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현상들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블랙스완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연현상보다는 사회현상에서 발현되는 블랙스완을 더 두려워한다. 예상의 범주를 벗어나게 하는 사회현상이 많아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통제에서 벗어난 과학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최첨단 기술의 발달이 삶의 편익을 증가시켜줬지만, 생태계 파괴 등 인류 존재를 위협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과학기술을 개발 의도와 달리 불순한 목적으로 악용하는 일도 늘고 있다. 그 결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오늘날 무섭게 전개되고 있다.

 

둘째, 갈수록 심화 되는 권력의 집중과 계층 간 갈등 때문이다. 인류는 역사적 시행착오를 거치며 국가 활동 영위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규범과 법칙을 만들어 법 앞에서 만인의 평등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평등과 자유는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종교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현상은 지속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세계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시계 제로의 시대를 겪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인가 요새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희망과 행복을 찾기보다는 현재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를 가만 보면 현재의 즐거움 때문에 미래를 경시하고 소비주의와 향락주의에 빠지는 풍조가 과한 듯싶다.

 

인간은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야 한다. 블랙스완 현상이 더 심해질수록 과거와 미래의 거울에 현재를 비춰보고 개인과 사회의 잘못을 성찰하며 더 나은 시대를 그려나가야 한다.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더 나은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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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08 [17:18]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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