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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 단상] 누가 그릇을 깼나요? 손뼉을 쳐 주세요
 
양천신문 기사입력  2019/06/02 [22:24]

이영호 작가(창작산맥 등단)

전 강서고, 영도중 교감

  

얼마 전 집 근처 뚝배기 청국장 가게에서 독일에서 온 고등학교 동창과 저녁을 같이 했다. 독일에 산 지 오래된 친구는 곧잘 한국에도 들어와 한동안 지내고 다시 돌아가는데 나와는 때때로 연락을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다.


약속시간에 가보니 친구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음식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쨍그랑하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깨졌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중년 아주머니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었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중년 아주머니에게 “오늘 이 시간 이후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라며 환하게 웃어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접시나 사기그릇, 컵 같은 것을 깨뜨리면 복이 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유럽 국가에서는 음식점에서 식사 중 컵이나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나면 모두 행운이라고 손뼉을 쳐준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결혼식 전날 하객들이 집에서 갖고 온 접시나 사기그릇, 변기통 같은 것을 신혼부부 집 앞에 던져서 깨뜨리는 장면도 볼 수 있단다. 그러한 것들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두 부부가 행복하게 살기를 염원하는 풍습이라고 한다.


친구의 이야기가 재밌었던 나는 그날 집에 들어온 후 그릇 깨기와 관련된 각국의 풍습을 인터넷으로 알아봤다.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덴마크에서는 새해를 맞이할 때 이웃집이나 친한 친구 집 앞에서 오래된 접시를 깨는 풍습이 있다. 집에 있는 나쁜 기운을 깨뜨리고 좋은 일만 있길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핀란드의 경우 신혼부부가 예식 후 피로연에서 춤을 추는데 그때 신랑의 어머니가 접시를 머리에 올려놓는다고 한다. 이후 접시가 떨어져 조각이 나면 그 수를 세어 미래의 자손이 몇 명일지 점쳐본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결혼식 후 신랑이 신부와 잔을 나눈 후 그 잔을 바닥에 던져 깨는데 이를 신호로 피로연이 시작된다. 잔을 깨는 것은 결혼 전에 있었던 악운을 쫓고 둘이 새 출발을 한다는 일종의 의식이다.


유대인들도 와인 잔을 깨는 결혼풍습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중요한 약속을 하거나 작별 인사를 나눈 후에는 건배하고 술잔을 바닥에 던져 깨고 행운을 빌거나 악운을 몰아내는 풍습이 있다.


그리스에서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파티에서 사람들이 접시를 바닥에 내팽개쳐 깨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인사말인 ‘야시스’를 외치며 신나게 접시를 깨면 복이 굴러 들어온다고 한다.


인생의 중요한 의식에서 뭔가를 깨는 풍습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혼례를 앞두고 함이 신부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액운을 쫓기 위해 함진아비가 박 바가지를 밟아 깨는 행동이 그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깨는 풍습’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는 모르지만 그 문화에는 인간의 산뜻한 지혜가 어려 있는 것 같다.


깨지고 박살나는 것은 위험하고 불길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 ‘실수’를 적극적으로 긍정해 일부러 퍼포먼스(행위예술)처럼 수행하며 인간의 심리에 더 유리한 계기로 틀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탁월한 방향 전환의 기저에는 서로를 품어주고 행운을 빌어주는 이타심이 가득 차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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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02 [22:24]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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