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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 단상]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양천신문 기사입력  2019/03/11 [11:19]

이영호

전 강서고, 영도중 교감

 

커피가 인류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6, 7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커피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목동 칸디아의 발견이 설득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칸디아는 야생 나무에 열린 빨간 열매를 먹은 양들이 평소와 다르게 껑충거리고 들떠있는 것을 발견해 호기심이 생겨 그 열매를 직접 먹어보니 자신도 기분이 좋고 흥분 상태에 빠지는 것을 느꼈는데,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최초로 접한 사람은 고종황제라고 전해진다. 1896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 때 처음 커피를 마셨는데 그 뒤로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독일 여자 손탁(고종의 시중을 들든 여자)이 중구 정동에 커피점을 차린 것을 시작으로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명동과 충무로, 종로 등에 커피점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60~70년대 다방 출입이 유행하던 시절 다방에서 남녀가 선을 보거나 서로 처음 만나 차를 주문할 때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커피를, 그렇지 않는 경우는 홍차를 주문하던 게 문득 생각난다. 이제 번창했던 옛 다방은 점점 사라지고 대형 커피 전문점과 소규모 카페가 늘어나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커피는 한국인들의 으뜸 음료로 손꼽히고 있다. 식후에 커피 한 잔하는 게 평범한 일상이 됐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마시던 숭늉 시대는 가고 그야말로 커피의 시대가 온 것이다.


원산지에 따라 종류도 많고 원두마다 다른 독특하고 감미로운 맛과 향 때문에 현대인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해서 맛을 즐긴다. 복잡하고 힘든 현대생활 속에서 잠시 틈을 타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는 도시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다.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누구든 커피를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커피의 향기로움을 함께 나누는 장면은 카페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커피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브라질이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이다. 브라질의 대단위 커피 농장에서는 커피나무의 좋은 묘목을 생산하기 위해 작은 모래주머니에 씨앗을 두 개씩 심는다고 한다.


두 개를 심는 이유는 서로 경쟁하면서 자라도록 유도하고 그중에서 잘 자란 것 하나만을 종묘로 쓰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경쟁의 원리가 숨겨져 있는 셈이다. 그 경쟁은 결과론적으로 사람들에게 감미롭고 그윽한 맛과 향, 그리고 알싸한 각성 효과를 주며 잠시의 위로와 격려를 주고 있다. 경쟁의 최종 목표는 결국 타자를 이롭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역시 생존 경쟁을 벌이며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과학 이론도 있다.


국가도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 군사, 교육, 외교 등 각 분야의 경쟁력 우위를 차지해야만 한다고 지도층은 주창한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세상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요소지만 그 경쟁의 최종 목표는 경쟁의 몫을 함께 나누며 그 누구에게라도 향긋한 위로를 주는 데 있다는 점이다. 마치 커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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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1 [11:19]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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